부동산 직거래 잘 하려면 본인 확인 필수…
중복 등록땐 일단 의심
지난해 말, 경제적 자립을 선언한 30대 초반의 직장인 김준환 씨.
서울이 고향인 그는 난생 처음으로 월셋집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집'이라고 해 봤자 지하철 가깝고, 가격 저렴한 원룸이면 충분했다.
한 시간가량 웹 서핑 끝에 찾은 곳은 젊은 층에게 잘 알려진
한 부동산 직거래 인터넷 카페. 실시간으로 올라온 물건들이 많고,
중개수수료 부담도 없어 즉시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어 적당한 물건을 찾던 중 여의도 회사와 가까운 마포 공덕동
원룸을 발견하고 전화를 걸었다.
발 품을 전혀 팔지 않은 김 씨는 과연, 컴퓨터와 전화만으로
임대차 계약을 무사히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 최근 부동산중개시장에 온라인바람이 거세다. 이는 거래비용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한 부동산 직거래카페에 올라온 원룸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임대조건은 보증금 700만원에 월 45만원.
월세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한 조건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아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계약 초기단계에서부터 장애물이 많았다.
먼저 물건을 올린 사람은 개인회원이 아니고 부동산중개업자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막상 현장을 방문하자 중개수수료는 물론, 임대조건도 달라져
계약을 포기했다.
카페에 나와있는 다른 물건들 역시 경매로 넘어가기 직전이거나,
세입자가 다시 전대를 놓는 등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며칠을 고민한 끝에 김씨는 결국 직거래를 포기하고,
중개업소 문을 두드렸다.
수수료 몇 푼 아끼려다 자칫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중개수수료 부담 없어 인기
최근 국내외 부동산중개시장에 온라인바람이 거세다.
거래비용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얼마 전 해외 한 일간지에서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공룡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구한말 이후 '복덕방'으로 본격 시작된 부동산 중개업은 70~80년대
아파트 건설 붐에 힘입어 우후죽순 격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한때 '부동산 투기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83년 부동산중개업법이 제정·공포되면서 제도권으로
들어왔고, 안정기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IT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젊은 소비자층의 의식변화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부동산 직거래사이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 사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먼저 직거래사이트를 통해 중개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계약진행도
신속,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고 참을성 부족한
젊은이들의 구미에 딱 맞는 조건이다.
다음은 검색 가능한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올라온 물건도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진 것이 직거래 증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게시판에 올라온 매물 평형이 커지고, 전세보증금의 가파른
상승세도 부동산 직거래를 부추겼다는 것이 전문가의 시각이다.
부동산 개발 전문 카페, 디벨로퍼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안병관 사장은
"그 동안 직거래 장터에 올라온 물건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주종을 이뤘다.
물건을 찾는 사람들 역시 기껏해야 대학생이나 새내기 직장인 등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최근 직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다가구나 다세대는 물론, 단독주택, 아파트 등 25~30평형대 전월세
주택까지 대상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몇 년째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보증금이
수직상승 했고, 그에 따른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직거래사이트가 각광받기도 했다.
현재 주택 임대차 거래의 경우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5000만원 미만이 0.5%
▲5000만~1억 원 미만이 0.4%
▲1억~3억 원 미만은 0.3% 등으로 책정됐다.
오피스텔은 0.9% 이내로 다소 높은 편이다.
한편 90년대 중반, 부동산 포털 중심의 대형사이트가 시장을
주도했으나 최근 들어 카페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카페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고 각종 정보, 자료가
소비자중심으로 전문화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형 포털의 경우 가맹 비를 별도로 납부해야
정식회원으로 등록, 각종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의 참여가 어려워
카페 전환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 개설된 부동산 직거래 카페는 총 1500여건.
이 중 '피터팬 좋은 방구하기'나 '부동산 모아', '발 품'의 경우
회원수가 28만~13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많다.
이중계약 등 피해 유형 다양
이처럼 부동산 직거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계약금액도 덩달아 커지면서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피해당사자들 대부분이 계약경험이 전무한 학생들이거나
사회초년생들이어서 위험요소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는
한 카페운영자는 "일부 카페게시판에 올라온 물건 중
약 70% 정도는 중개업자가 내놓은 것으로 의심이 간다.
이 경우 중개수수료 부과는 물론, 미끼매물도 많으므로
카페 성격 등을 잘 확인해보고 연락하는 것이 좋다."고 밝히고
"특히 카페회원 가입 시 대부분 닉네임을 사용하다 보니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불미스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회원 신원 확인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세입자가 다시 전세를 놓는 방법 등으로 전세금을 떼먹는 등
피해 유형과 사례가 다양해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직거래 카페 중 회원들의 위험경고 댓글이나
불성실한 회원에 대해서는 운영자가 직권으로 탈퇴시키는 등
자정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 피터팬 좋은방 구하기에서는 직거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불량글 신고방'을 만들어 회원간 감시가 가능하도록 했다.
신고가 들어올 경우 자체 심사를 실시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강제퇴장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직거래도우미시스템'도 전격 도입했다. 이는
지역별 중개업소를 통해 계약서 작성 대행 등 업무처리에
서툰 회원간 거래를 돕는 시스템이다.
특히 권리관계나 하자처리 여부 등에 대해서는 무료로 상담도 가능하다.
그러나 워낙 거래건수가 많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택 하자여부 기존 세입자와 상의
이처럼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직거래사이트를 잘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았을 경우
등록된 전화번호나 ID, 댓글 검색 등을 통해 게시자의 성향을
미리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때 동일한 아이디로 여러 건의 물건이 올라왔다면
부동산업자로 보면 틀림없다.
이와 함께 계약 당사자가 등기부등본 상의 실제 소유자인지
주민등록증 대조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된다.
대리인이 나왔을 경우, 그 연유와 관계 등을 확인하며, 계약이
원만히 이뤄진 후 임대보증금 등은 꼭 소유자명의의 통장으로
입금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와 함께 등기부등본상 저당권여부, 가압류 등 확인을 통해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지 꼭 따져봐야 한다.
이 외에도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주택하자여부 역시
본인이 직접 챙겨야 한다.
이 경우 기존 세입자에게 연락해 확인하면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들을 수 있다. 만약 하자가 확인 된 경우에는
보수 완료기간은 물론, 이를 반드시 계약서에 명시해 차후
다툼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좋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비용절약이나 편리성을 위해 찾는
부동산직거래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정보가 정확하지 않거나 집주인이 불분명할 경우에는 가급적
허가된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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