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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푸어’ 400만가구… 이자 갚느라 ‘집의 노예’로|

1추남 2011. 7. 16. 19:02

‘하우스 푸어’ 400만가구…

        이자 갚느라 ‘집의 노예’로|

 

ㆍ7억 대출 상환에 월 이자만 420만원 허덕

ㆍ집 팔려고 내놔도 거래 실종… 경매 처분도


대기업 임원 조모씨(52)는 집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프다.

그는 2005년 11월 경기 일산 후곡마을 태영아파트 135㎡를 8억원에 샀다.

집값 중 7억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아파트값이 뛰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곤두박질쳤다.

6월 말 현재 아파트값은 5억4500만원까지 떨어졌다.

6년 만에 33% 하락한 셈이다.

은행 이자로 월급의 60%인 420만원을 매달 꼬박꼬박 내고 있다.

견디다 못해 집을 내놓았지만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는 실정이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집 대출 부담에 가위 눌린 채 하루하루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하우스 푸어’가 갈수록 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하우스 푸어는 400만가구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서울·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비쌌던 2006년 말

은행 대출로 집을 산 사람이 대부분이다.

2006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아파트 거래 건수는

전국적으로 576만4000여가구(서울·수도권 202만5000여가구 포함)에 이른다.

또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서울·수도권 42만여가구를 합쳐

전국적으로 85만5000여가구다.

이들 아파트 구매자의 70%가 대출을 받아 샀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는 400만가구에 달한다.

서울·수도권만 해도 140만가구 이상이 하우스 푸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통계청이 지난해 2월 시행한 가계금융조사를 토대로

하우스 푸어가 156만9000가구(549만1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거래 부진에다 금리가 오르면서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2월 이후) 하우스 푸어가 많이 늘었다”며

“하우스 푸어는 중산층의 몰락과 그에 따른 소비 위축, 내수 경기 부진이라는

후폭풍을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4400여가구의 대단위 단지다.

지난달 85㎡는 10억4500만원, 77㎡는 8억9900만원에 각각 팔렸다.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6년 말엔 각 14억원과 11억3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은마아파트를 산 사람들의 70%가 은행에서 평균 3억원 정도 빚을 냈다.

대기업에서 은퇴한 이모씨(55)는 2006년 12월 은마아파트(85㎡)를 사면서

7억원을 대출받았다.

집값은 떨어지고 이자 부담만 늘자 이씨는 결국 지난해 말 아파트를 경매로 넘겼다.

하우스 푸어는 빠져나가고 싶어도 출구전략이 없다는 게 문제다.

매매 부진과 거래 실종으로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영업을 하는 신모씨(45)는 2002년 회사 다닐 당시 샀던

서울 송파구 문정동 70㎡ 조합 아파트가 애물단지다.

1억원을 주고 아파트를 살 당시 3000만원을 빚냈다.

350만원의 월급으로는 생활비가 쪼들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결국 빚은 1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그는 매달 90만원씩 이자를 물고 있다.

2005년부터 집을 처분하기 위해 매물로 내놓았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마음고생을 하는 하우스 푸어에게 금리인상도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0일 올 들어 4번째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09년 1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57%(이하 8일 기준), 우리은행은 6.08%다. 현재 연 3.25%인 기준금리가

연말엔 3.5~3.7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월 300만~500만원을 받는 봉급 생활자가

주택을 담보로 2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샀을 경우 버틸 수 있는

1차 마지노선이 되는 금리가 6%”라고 지적했다.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 말 현재 292조3000여억원에 이른다.

하우스 푸어는 금리가 1% 올라가면 원리금이 월 102만3000원에서

109만3000원으로 7만원을 더 내야 한다.

하우스 푸어 (House Poor)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을 뜻한다.

대출을 통해 집을 마련했으나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

외형상 중산층이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자칫 집을

팔아야 할 상황에 처한 경우도 있다.

 

ㆍ월세 뛰어 고통 ‘월세 푸어’도 심각

전문가들은 하우스 푸어 문제가 올 하반기 이후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칫 하우스 푸어가 ‘하우스리스 푸어(집 없는 진짜 빈곤층)’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 문제는 집값이 폭락해 거래가 부진한 서울·수도권이 가장 심각하다.

부산·광주·대전을 비롯한 지방은 지난 6개월 동안 집값이 15%가량 올라

하우스 푸어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홀가분한 입장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서울·수도권의 하우스 푸어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되기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지금과 같은 매매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인 만큼 하우스 푸어의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원갑 부동산 1번지 소장도 하우스 푸어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에도 집값은 더 내려가고 대출금리는

올라가는 반면 소득은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하우스 푸어보다는 월세가 뛰어 고통받는

‘월세 푸어’ 문제를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월세 세입자들은 은행이자의 1.5배를 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우스 푸어는 그나마 은행이자만 내도 되지만 월세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보다 훨씬 큰 이자부담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하우스 푸어는 자신들이 선택해서

투자를 한 것인 만큼 정책적인 차원의 배려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집 없는 사람, 즉 하우스리스 푸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우스 푸어 현상이 심각해진 데는 잘못된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말기에 집값의 40~60%까지 대출받을 수 있게 허용한 것이

하우스 푸어를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홍인표 선임기자 ipho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