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정부 정책 못믿는 주택시장 |
'백약이 무효'…
정부 정책 못믿는 주택시장
정부가 침체한 주택거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연이어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반박자씩 늦은 정책으로 인해 주택 거래
시장이 정책에 내성이 생겼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5·10대책 100일 만에 DTI까지 손댔지만…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책을 발표했던 지난 17일은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푸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5·10대책이 나온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 올해 5월 이후 강남 3구 주택 거래량/강도원 기자
100일 동안 시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기다리면 새로운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실수요자들도 거래를 늦추는 모양새였다.
2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월별 주택 매매 거래량은 5월 이후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5월 6만8047건에서 6월에는 5만6922건, 7월에는 5만6700건을 기록했다.
7월 거래량은 5월에 비해 16.6%가량 줄었다.
계절적 특성을 감안해 전년 동월대비로 비교해봤을 때도
7월 전년대비 22.1% 감소했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의 실거래 자료를 보면 거래량이 줄어든 것을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을 신고일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로는
5월 3497건에서 6월 2979건, 7월 2711건으로 꾸준히 감소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5월은 15.1%, 6월은 24.9%,
7월은 27.04% 감소했다. 감소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의 거래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올해 5월 570건, 6월 466건, 7월 468건을 기록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5월은 6.8%, 6월은 56.4%, 7월은 39.1% 감소했다.
5월 대책 이후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다.
◆ "거래세 없애는 충격요법 정도는 나와야"
지난 참여정부 시절 생겼던 각종 부동산 규제책은 5·10 대책으로
강남투기지역이 해제, 지난 17일 DTI규제 제도까지
정부가 손대면서 모두 해제됐다.
그럼에도 시장은 꿈쩍하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이제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심리를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남은 카드로는 거래세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정도가 있으며
국가 재정상 나오기 어려운 대책이긴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충격 요법이 나와야 거래 심리가 조금이라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 전에 먼저 시장이
예상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DTI 완화도 그렇고 발표에 앞서서
미리 이야기를 해버리니 아무것도 새로울 게 없어 시장은 반응이 없다"며
"시장의 컨센서스(입장)를 조사하다 보니 사전에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건데 지금처럼 하면 100개의 대책이 나오더라도
다음 대책을 또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가격 폭등을 경험했었던 정책 입안자들이
혹시나 이번 정책이 문제되는 것 아닌가 하는 트라우마가 있어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 정부가 진지한 고민 없이 과거에 재미를 봤던
각종 규제를 푸는 방식의 정책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세종시 이전·인구 구조적 변화로 수도권과
전국 부동산 시장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그럼에도 과거 부동산 가격 폭등기때 묶어둔 대책만 푼다고
시장이 정상화 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정부의 각종 대책은 실제로 시장 상황을 정상화 시키기 보다는
하나의 완충장치 역할만 하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 시장은 이제 정부 정책에 움직이지 않는
내성이 생겨버렸다"고 지적했다.
◆ 손발 안 맞는 정부·국회도 문제
정부가 대책을 내면 국회가 관련 법안들을 빨리 통과시켜 지원사격에
나서야 하지만 대선 정국이 시작된 국회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심을 끌어오기 위해
각종 대책이라며 발표는 많이 하지만 실제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10 대책의 핵심 중 하나인 양도세 중과세 폐지도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되지 않아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칫 잘못하면 부자들에게 특혜를 준다며
매도당할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유럽·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정치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국민 자산의 70%가 묶여 있는 부동산의 거래
시장은 점차 망가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