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을 무려 1억원이나 올려달라
전세 보증금을 무려 1억원이나 올려달라
가을 이사철에 매물도 실종… 수천만원 예사 1억 인상도
수도권 총액 한달새 5조원↑…정부 '8·18대책' 무용지물
[세계일보]서울 화곡동 80㎡ 규모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회사원 이모(40)씨는 다음달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무려 1억원이나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전화를 받고서부터다.
2년 전 1억7000만원에 새 아파트 전세계약을 했던
이씨는 당시 주변 시세보다 싸게 집을 얻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상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이 올려 달라고
요구할지는 예상치 못했다.
이씨는 "싼 아파트를 찾아 주변 부동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전세 매물 자체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 대출 문턱까지 높아져 보증금을 채우려면
퇴직금을 중간정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면서 전셋값 문제로 시름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2년 만에 보증금을 수천만원씩 올려받는 것은 예사이고
1억원 이상 인상하겠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정부는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무용지물이나 한가지다.
한달 전 '8·18 전월세시장 안정방안'이 발표된 이후
오른 전셋값만 수도권 전체적으로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총액은
지난달 18일 578조2421억원에서 이달 15일 583조8656억원으로
조사돼 한달 새 5조6235억원(0.97%) 증가했다.
8·18 대책 이전의 전셋값 상승률이 월 1%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책 효과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서울은 한달 새 3조1077억원이 늘어 전셋값 총액이
290조7967억원으로 불어났다.
25개구 모두 상승세를 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송파구가 5317억원
증가한 33조7398억원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노원구(3512억원), 강남구(3424억원), 서초구(2731억원),
강동구(1948억원) 순으로 전셋값 총액이 증가했다.
경기도는 1조9549억원 오른 251조1117억원으로 집계됐는데,
화성시가 4177억원 올라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용인시(1726억원), 광명시(1629억원), 성남시(1625억원),
안양시(1103억원) 등도 급증했다.
반면 이 기간 수도권 매매가격 총액은 1276조4522억원에서
1276조3440억원으로 1082억원가량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셋값이 오르고 매매시장이 다소 침체된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전세와 매매가격이 2년 전보다 모두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114가 수도권과 지방 5대 광역시의 최근 2년간 매매·
전셋값 변동률을 비교한 결과 부산의 상승세가
매매와 전세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부산지역 전셋값은 2년 전보다 37%나 올랐다.
이어 대전(36.8%), 경기(25.6%), 서울(24.4%), 광주(23%),
대구(22.4%), 울산(17.2%) 순으로 전셋값 상승폭이 컸다.
같은 기간 매매가 상승률도 부산 31.6%, 대전 25.3%,
광주 18.8%, 울산 11.9%에 달하는 등 지방의 강세가 지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