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도 각종 매체에서 무속을
왜곡시키는 일이 흔하다.
청소년시기에 학생들이 많이 보는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는 무당은 집안 청소도 하지 않으며
일반인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어
그 소설을 읽은 청소년들은
자연히 무속을 꺼리는 경향을 낳도록 한다.
수년 전 많은 관객들이 관람한 "여고괴담"이라는
영화에서는 학교선생이 한 여고생을
무당딸이라고 하면서 구박하고
그를 귀신과 결부시키는데 이와 같이 무당을
별천지의 사람인 것처럼 과장하고 현실과 유리시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상업적으로 이용하지만
그 속에서 본의 아니게 명예가 훼손되는
무속인들의 처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TV의 사극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무속인의 모습은
참으로 개탄할 만하다.
왕과비, 장희빈 등 그동안 수많은 사극에서 방영된
무당의 모습은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결같이 이미지가 조작된다.
"말할 대는 천박하고 정서가 불안하고 거칠게,
웃을 때는 교활하게, 춤출 때는 방정맞고
리듬감 없이, 마음은 음흉하고 탐욕스럽게"라는
기준이 사극에서 연출되는 무당의 캐릭터다.
사극은 국민들의 역사공부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해도 그렇지 자기 민족문화인
무속을 그렇게 왜곡시킨다는 것은 정말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민족문화를 공영방송에서 그렇게 비하하고 그것을
온 국민이 함게 시청하며 즐기고 있다면 기네스북에
기록될 만한 바보들의 나라가 아닌가.
최근 종영된 모 방송국의 장희빈을 예로 들면,
장희빈이 막네라는 무당과 함께
인현왕후를 저주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당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장희빈과 대면한 무당이라면
속마음이야 탐욕스러웠는지 모르겟으나
외형상으로는 품위와 위엄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 권력가나 장희빈과 같은 인물에게
신뢰를 얻어 그들을 "단골"로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극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다루어야 하는데
무당만 나오면 무조건 천박스럽게 묘사한다.
사극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는지모르겠다.
사극에서 유치한 수준의 허구적 무당
만들기만 하지말고 국가에서 명산대천에
무속인을 보내어 나라를 위해
치성을 드리게 하거나 조선시대 무료 의료기관인
활인서에서 무속인들이 병든 사람을 치료하고
구원했던 일 등 무속인이 국가난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한 점 들도 사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역사는 가진 자의 것이다.
조선시대 기득권자들이 피지배층을 비하하며
자기들의 입장에서 서술해놓은 사료를 그대로
조명한다면 그것 또한 삐뚤어진
역사읽기에 불과하다.
어디에서난 무속에 대해 그릇된 편견을
조장한다면 우리 무속인들은 바르게 나서서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미신이라는 용어는 일체 사용하지 말자.
<한국민속기록보존소 김덕묵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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